2010년 우리는 사상 초유의 경험을 했다. 배추 한 통이 1만원 이상으로 급등했고, 대형 유통 매장의 김치 진열대는 한동안 텅 비어 있었다.
최근 잇따른 기상이변으로 세계 식량위기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전망도 밝지 않다. 이미 유엔 FAO(식량농업기구)는 식량 수급 불안과 가격 쇼크 가능성을 경고했다.
주요 농산물 생산국은 내수 공급량 확보를 위해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식량의 무기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은 우리나라로서는 위협적인 현실이다. 우리는 해마다 1400만t이 넘는 곡물을 사들이는 세계 5위 곡물 수입국이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은 95%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곡물 자급률은 25%(사료용 포함) 수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1개국 중 29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더욱 큰 문제는 주요 곡물의 73%를 곡물 메이저와 일본 종합상사에 기대고 있을 정도로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런 식량 조달 구조로는 국제 농산물 공급 불안으로 인한 충격을 완충시키기 어렵다.
여기서 일본의 사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곡물 자급률이 우리나라보다도 낮지만 지난해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2%였다. 해외 농업투자를 통해 자국 농경지 면적의 3배 수준인 1200만ha를 확보했고, 일본의 종합상사는 해외 곡물 생산 업체와 계약 재배, 선물 거래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 식량 안보 차원에서 미쓰비시 등 종합무역상사가 곡물 수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해외 농업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우리 정부는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해외농업 개발과 해외 유통거점 확보를 통한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 등 두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와 민간 업체 컨소시엄이 국가곡물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국내 종합상사는 곡물 수입팀을 두었다가 사업게 실패하고는 손을 뗀 적이 있다. 관련 당국자의 무지와 비셥조가 가장 큰 문제였다.
식품 산업이 국가적 차원에서 갖는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저장기술을 활용하면서 식량 비축 능력을 크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통조림인 '스팸'은 정육점에서 파는 날고기 혹은 훈제 처리한 고기 외에는 없던 1937년 개발됐다. '스팸'은 육류의 유통기한을 크게 늘리고, 저장성을 제고한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우리 정부는 식품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R&D(연구개발) 지원과 함께 전략적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성공적인 곡물조달 시스템을 구축해 식품업계에 안정적인 원재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돕는 가운데 식품의 안전ㅇ적 가격을 유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가공식품 가격 통제 위주의 식료품 가격 안정화 정책은 실효도 없었고 오히려 식품업계의 체질을 약하게 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