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밥쌀용 최소시장접근(MMA) 수입쌀의 시장잠식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2006년 첫 시판된 밥쌀용 MMA 수입쌀의 판매량은 연간 2만~4만t에 그쳤으나 지난해부터 수급불안을 틈타 유통량이 급증하더니 올해는 판매량이 도입 예정 총량 11만t을 훌쩍 넘어섰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내년 쌀 수급을 맞추기 위해 20만t 이상의 밥쌀용 MMA 수입쌀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수입쌀 소비 고착화로 쌀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국내 생산기반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수입쌀 얼마나 풀렸나=그동안 밥쌀용 수입쌀은 연간 배정물량(도입량)이 많지 않았고 수입쌀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커 시중 유통이 많지 않아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밥쌀용 수입쌀 판매량(양곡연도 기준)은 2006년 2만1,534t, 2008년 4만6,895t, 2010년 2만5,447t에 그쳤다.
2010년 판매량의 경우 2008년, 2009년 밥쌀용 도입량이 각각 6만3,055t, 7만9,810t인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판매가 저조하다 보니 정부는 손실을 감소하고 주정용으로 밥쌀용 수입쌀을 처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사정이 확 달라졌다. 국내 쌀 생산 감소로 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정부는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수입쌀을 적극 활용했다. 매입자격 기준 완화, 공매횟수 확대, 판매가격 인하 등의 조치로 2011양곡연도 기준 밥쌀용 수입쌀 판매량은 8만5,972t으로 급증했다. 올해(양곡연도 기준)는 그 양이 더 늘어 14만2,760t을 기록했다. 올해 밥쌀용 수입쌀 도입예정량 11만401t보다 3만t이나 많은 양이다.
◆수입쌀 시장교란 심각=내년에는 밥쌀용 수입쌀 판매량이 올해보다 더 급증할 개연성이 크다.
정부는 최근 내년에 수급안정용으로 밥쌀용 수입쌀 22만7,000t(보유 2만t, 도입예정 20만7,000t)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도 민간 밥쌀용 수요 351만2,000t의 6.5%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부의 연간 군·관수용 신곡 공급량 20만t을 넘어서는 많은 물량이다.
이렇게 되면 일차적으로 불법유통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올 들어 8월까지 밥쌀용 수입쌀 불법유통을 적발한 사례가 294건(2,850t)이나 된다. 지난 2006년부터 올 8월까지 전체 불법유통 적발건수 555건(9,290t)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올해에 집중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양곡업계는 단속을 피한 불법유통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제 불법유통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불법유통은 국내산과의 값 차이가 크고 판매량이 늘수록 더 기승을 부릴 전망이며 국내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소비 고착화 추세=더 큰 문제는 밥쌀용 수입쌀의 시중 유통량이 증가하면서 수입쌀 소비가 고착화되는 현상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쌀 낙찰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은 것이 그 예다.
미국산 수입쌀 1등급 1㎏ 낙찰가격이 지난해 10월 1,067원에서 계속 상승해 올 8월 1,620원까지 올랐지만 수요가 끊이지 않아 2011년분은 이미 100% 판매됐다. 중국산 역시 1등급 1㎏ 낙찰가가 지난해 11월 658원에서 올 11월7일 1,676원으로 2.5배나 올랐지만 판매율은 85%를 넘어섰다.
이는 국산 신곡값이 강보합세를 보이자 수입쌀 낙찰가도 동반 상승한 측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정 수요층이 형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수급안정을 위해 내년도 수입쌀 도입시기를 앞당기고 오는 12월 말부터 판매량을 공매 1회당 1,000t에서 1,500t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면 판매가격 인하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양곡업계 관계자는 “국내 쌀산업 보호를 위해 2014년까지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불가피하게 MMA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기로 한 것인데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수입쌀을 저가로 대량 방출해 국산 쌀값을 낮춘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수입쌀 관리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석 기자 kslee@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