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에서의 수입쌀 판매 경쟁을 취재하면서 ‘적은 내부에 있다’라는 말을 절실히 느꼈다. 수입쌀에 대한 일부 쇼핑몰 운영업자와 전문 블로거들의 무책임한 과대 홍보 때문이다. 이들은 마치 수입쌀이 국내산보다 더 안전하고 품질도 좋으면서 값도 싼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이들을 ‘내부의 적’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수출국들의 끈질긴 개방 요구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이 쌀만큼은 지키고자 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지나친 표현은 아닐 성싶다. 농민들은 쌀을 민족의 식량으로까지 생각하며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수입쌀로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쌀은 우리가 쌀 개방을 유예하는 대가로 5%의 낮은 관세로 의무적으로 들여오는 것이다. 가공용까지 포함하면 국내 전체 쌀 소비량의 8% 수준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물량이다. 쇼핑몰에서는 미국산 <칼로스>쌀을 비롯해 중국·태국·호주산이 판매되고 있다. 이 중 특히 미국·중국산이 안전성과 품질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을 적극 유혹하고 있다.
수입쌀 판매업자들의 행위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생각은 없다. 물건을 팔다 보면 다소 과장된 홍보가 불가피할 때도 있으니까.
문제는 그 방법과 수단이 상도의를 벗어날 정도로 지나치다는 것이다. 쇼핑몰에는 ‘무늬만 소비자’로 보이는 전문 블로거들의 수입쌀 찬양일색의 소비자평이 수두룩하다. 수입쌀을 치켜세우기 위해 “국내산보다 품질과 맛이 더 좋다”거나 “국내산은 농약을 많이 쳤을 것 같다”는 등의 근거 없는 표현으로 우리쌀을 폄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쌀시장 개방 유예기간이 종료된다. 따라서 올해 9월까지는 내년부터 관세화로 쌀을 개방할지, 아니면 계속 유예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대외적인 여건상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설령 개방을 유예한다 해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양의 외국쌀을 저관세로 의무수입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내년부터는 수입쌀과 정면 승부를 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제는 ‘내부의 적’을 더 이상 원망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들이 얄밉기는 하지만 우리쌀도 살 길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우리쌀의 품질을 높이고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여 ‘내부의 적’이 행세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그들도 우리 편으로 동화시켜야 한다. 쌀 농가가 한뜻으로 똘똘 뭉쳐 그런 희망이 단지 꿈으로 끝나지 않길 고대한다.